
구마노 고도는 걸어 볼 만할까? 해외 하이커와 일본인 순례자·방문객이 직접 남긴 말
인터넷에서 구마노 고도를 찾아보면 나오는 것은 대개 짐 목록과 버스 시간표입니다. 걷기 시작한 지 사흘째에 몸이 어떤 느낌인지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다리는 무겁고, 하루 종일 비슷한 숲이 이어지고, 힘들게 오르막을 올라가도 꼭대기에서 이렇다 할 경치가 보이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다녀온 사람들의 답을 먼저 짧게 전하면, 대체로 가 볼 만했다는 쪽입니다. 실망했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든 이유는 생각했던 산행과 실제 길이 달랐다는 것이었습니다.
걸어 볼 만할까? 다녀온 해외 여행자들의 말
먼저 해외에서 온 방문객들의 목소리입니다. 구마노 고도의 일부나 전 구간을 걸었거나 길 위의 신사를 찾은 사람들이 남긴 여행기와 리뷰로, 레딧과 트립어드바이저, 대만의 여행 게시판, japan-guide.com 게시판, 구글 지도에서 모았습니다.
58%에 든 글 몇 편을 옮겨 보겠습니다. 나카헤치를 나흘 동안 걷고 레딧에 여행기를 올린 하이커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다 값진 여정이었다”고 썼고, 풍경은 “지금까지 본 어떤 것과도 달랐다”고 했습니다. 일본에서 한 달을 보내며 그중 5박을 길 위에서 묵은 사람의 레딧 여행기에는 영어 대문자로 크게 쓴 한 줄이 있습니다. “이번 여행 전체의 하이라이트.” 세 번째 글도 레딧의 여행기입니다. 쓴 사람은 빗속을 하루 종일 걸어 흠뻑 젖은 채 강가의 료칸에 도착했고, 제대로 된 료칸에 그런 모습으로 체크인하기가 민망했다고 적었습니다. 그 숙소에 대해서는 “이번 여행에서 예약한 숙소 가운데 1박 요금이 가장 비쌌는데,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남겼습니다.
실망했다는 17%의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걸으려던 구간이 통행 금지였다는 사람도 있고, 예약 사이트가 헷갈렸다는 사람, 나치로 들어가는 마지막 날이 너무 힘들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중 가장 자주 나온 것은 기대했던 산행과 실제 길 사이의 차이였습니다. 다키지리오지에서 혼구까지의 구간을 걷고 트립어드바이저에 리뷰를 쓴 하이커는 “야생동물이 없다. 이틀 동안 본 건 새 세 마리와 털 달린 무언가의 엉덩이뿐”이라고 했습니다. ‘보통’ 평점을 주기가 마음에 걸린다고 적은 다른 리뷰어는 “기대치는 조절해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체력적으로 그리 힘든 산행이 아니다. 길이 아주 잘 정비되어 있고 표시도 잘 되어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신비로움과 재미가 사라졌다”고 썼습니다.
또 다른 트립어드바이저 리뷰는 걷는 길의 상당 부분이 “삼나무만 심은 단일 수종의 조림지(내가 본 어떤 보고서나 안내 책자에도 설명이 없었다)”였다고 적었습니다. 걷기만 놓고 보면 조금 아쉬웠지만 문화적으로는 훌륭했다고 평가한 이 리뷰어는, 종착지인 구마노 나치 다이샤 일대의 신사에 대해서도 “관광객이 버스를 타고 편하게 대거 몰려오기 때문에, 저녁 늦게나 이른 아침이 아니면 무척 붐빈다”고 덧붙였습니다. 세 리뷰를 나란히 놓고 보면, 쓴 사람들이 기대한 것은 경치 좋은 산악 트레킹이었고 실제로 걸은 것은 신사로 향하는 긴 길이었습니다. 그 길의 상당 부분은 경치를 염두에 두지 않고 목재를 얻으려고 심은 삼나무 숲 속을 지납니다.
같은 길을 일본인 방문객과 순례자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이번에는 일본인 하이커와 순례자들의 목소리입니다. 자란과 포트래블, 트립어드바이저에 남긴 리뷰와, 등산 기록 사이트 야마레코에 본인이 올린 산행 기록을 모았습니다. 앞에서 본 해외 여행자들의 불만과는 일부만 겹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빨간 띠는 8%뿐입니다. 그렇다고 일본인에게 이 길이 편했던 것은 아닙니다. 해외 리뷰어들이 말한 것만큼 지치는 구간이 있었다고 쓴 일본인 리뷰도 여럿입니다. 차이는 그 고생을 무엇 때문에 한다고 보느냐에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옛길을 걸었다는 한 일본인 하이커의 자란 리뷰에서 그 차이가 드러납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혼구 다이샤까지 약 20km, 거의 내내 삼나무 산속을 오르내리는 길이었습니다. 이 하이커는 “古道歩きは、景色や雰囲気を楽しむものかと思い込んでいましたが”(옛길 걷기는 경치와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라고만 여겼는데)라고 쓴 뒤, 하루를 마치고 든 생각을 “大社に詣でる前に、足を棒にして苦しんで、日頃の汚れを落として、その後に、参拝することに意味があるのかな”(다이샤에 참배하기 전에 다리가 뻣뻣해지도록 고생하며 평소에 묻은 때를 씻어 내고, 그런 다음에 참배하는 데 의미가 있는 걸까)라고 적었습니다.
고야산에서 구마노 혼구 다이샤까지 걸은 사람도 자란에 이렇게 남겼습니다. “熊野本宮大社にたどり着くと、長く辛かったいくつもの峠越えの疲れも吹き飛んでしまうくらいの、心が洗われる場所でした”(구마노 혼구 다이샤에 다다르니, 길고 고됐던 여러 고개를 넘어온 피로까지 날아가 버릴 만큼 마음이 씻기는 곳이었습니다). 두 글에서 고생은 어쩌다 따라온 불편으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고생을 거쳤기에 도착이 뜻깊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인의 리뷰와 산행 기록에 되풀이해 나오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102건 가운데 9건이 길에서 함께 걷는 사람들, 곧 해외에서 온 여행자들에 관해 적었습니다. 야마레코에 기록을 남긴 한 하이커는 기이타나베역에서 들머리까지 가는 버스에서 “乗客は10人くらい、まず日本人は自分だけでした”(승객은 10명 정도였고, 일본인은 저 혼자였습니다)라고 썼습니다. 약 3년에 걸쳐 기이 산지의 참배길을 모두 걸었다는 사람은 자란 리뷰에 “外国人の方が多いのには驚きましたが皆さんすれ違うたびに挨拶はされてましたね”(외국인이 많아서 놀랐지만, 다들 스쳐 지날 때마다 인사를 하더군요)라고 남겼습니다. 야마레코에 기록을 남긴 또 다른 사람은 전날 묵은 기이타나베에서도, 구마노 고도 위에서도, 묵은 온천 숙소와 다이샤에서도 “8-9割が外国人”(80~90%가 외국인)이었다며 “日本語を聞くことが少ない”(일본어를 들을 일이 적다)고 적었습니다. 어느 글도 불평으로 쓴 것은 아닙니다. 여행 중에 눈에 들어온 일 하나로 적어 두었을 뿐입니다.
가기 전에 알아 두면 좋은 것들
구마노 고도는 200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기이 산지의 영장과 참배길’에 등재되었습니다. 구마노 산잔, 고야산, 요시노·오미네라는 세 성지와 이 성지들을 잇는 참배길이 함께 등재된 유산입니다. 길 가운데에는 1,200년 가까이 된 것도 있고, 순례의 전통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4년 등재 때 참배길은 약 307km였는데, 2016년에 약 40km가 더해져 지금은 와카야마현·나라현·미에현에 걸쳐 약 347.7km가 등재되어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등재 이유로 신도와 불교가 융합한 점, 신성한 산을 섬겨 온 전통이 1,200년 넘게 이어진 점, 종교 의식이 지금도 치러지는 점, 의례를 목적으로 찾는 사람과 하이킹을 하러 오는 사람이 모두 많다는 점을 듭니다. 지금도 신앙의 길로 쓰이는 이 성격이 세계유산 등재의 이유였습니다. 앞에서 실망을 적은 리뷰어들이 부딪힌 것도 이 성격이었는데, 리뷰에서 늘 그렇게 이름을 붙여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나베시 구마노 투어리즘 뷰로는 구마노 고도와 산티아고 순례길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단 두 개의 순례길이라고 소개하며, 두 길을 ‘자매’ 순례길이라고 부릅니다. 2025년에는 유네스코가 멕시코의 순례길인 위샤리카 순례길도 등재했습니다. 뷰로는 2015년 2월부터 ‘듀얼 필그림’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구마노 고도에서 정해 둔 다섯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를 마치면 두 순례길을 모두 걸은 순례자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모은 해외 하이커 가운데 산티아고 순례길도 걸었다는 사람이 5명이고, 그중 2명은 듀얼 필그림 증서를 받은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뷰로가 든 방법 가운데 첫 번째는 다키지리오지에서 구마노 혼구 다이샤까지 약 38km를 걷는 것입니다. 훨씬 짧은 방법도 있는데, 홋신몬오지에서 구마노 혼구 다이샤까지 약 7km를 걷고 구마노 산잔의 나머지 두 신사인 구마노 하야타마 다이샤와 구마노 나치 다이샤를 참배하는 것입니다.
‘지루한 숲’은 한 사람만의 불평이 아닙니다. 그런 구간이 실제로 있고, 여러 사람이 되풀이해 적었습니다. 나카헤치를 걸은 해외와 일본의 하이커 여럿이, 다키지리오지와 혼구 사이에 삼나무 숲이 길게 이어지고 멀리 트인 전망은 드물다고 썼습니다. 해외 리뷰어들은 여기에, 그 삼나무가 경치와는 상관없이 목재를 얻으려고 심은 나무라는 점을 덧붙였습니다. 여러 리뷰어가 특히 좋았다고 꼽는 구간은 끝 무렵의 다이몬자카입니다. 거대한 삼나무 사이로 돌계단이 이어지고, 그 계단을 다 오르면 구마노 나치 다이샤와 나치 폭포에 닿습니다.
구마노 고도를 만족스럽게 걷는 법
며칠을 걸을지 정해 예약하기 전에, 무엇을 얻으려고 걷는지부터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리뷰에서 실망의 원인이 된 것은 나카헤치 중간의 삼나무 숲 구간, 능선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없다는 점, 야생동물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며 천천히 걷다가 마지막에 신사에 닿는, 몸으로 하는 걷기에 끌리는 사람이라면 그 구간이 오히려 이 길을 찾는 이유가 됩니다. 앞에서 본 일본인 하이커들의 글이 그런 걷기를 가장 잘 보여 줍니다.
숙소 예약 창구로는 Kumano Travel이 있습니다. 다나베시 구마노 투어리즘 뷰로가 만든 이 지역의 공식 공동 예약 시스템으로, 길을 따라 있는 숙소를 직접 예약할 수 있습니다. 써 본 사람들의 평은 갈립니다. 한 하이커는 예약 사이트가 헷갈렸다고 했고, 인터넷에서 쓸 만한 조언을 찾기 어려웠다는 다른 하이커는 Kumano Travel에서 모든 일이 깔끔하게 해결되었다고 썼습니다. 해외 여행사에 맡길 생각이라면, 그 회사가 무엇을 더 해 주는지 알아 두면 좋습니다. 돈을 더 내고 해외 여행사에 예약을 맡긴 한 하이커는, 그 회사가 같은 예약을 Kumano Travel에 그대로 넘기고 값만 더 받았다고 썼습니다. 길에서 만난, 직접 예약한 다른 하이커들은 더 좋은 방에 묵고 있었다고 합니다.
돌계단이 많으니 트레킹 폴을 챙겨 가는 것이 좋습니다. 폴이 꼭 필요했다는 한 하이커는 길에 계단이 많고 갈지자로 돌아 오르는 길은 거의 없었다고 썼습니다. 비가 오면 계단이 미끄러워집니다. 등산화와 폴이 거의 필수라고 적은 하이커도 이 자료에 적어도 한 명 있습니다.
일정 때문에 구간을 골라야 한다면, 가장 빼기 쉬운 구간을 무심코 잘라 내기보다 한번 따져 보는 것이 좋습니다. 고구치에서 나치까지의 하루는 여러 리뷰어가 길 전체에서 가장 힘든 날로 꼽습니다. 이날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나치에 도착하는 순간이 걷기 전체에서 가장 좋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마지막 날 때문에 여행을 망쳤다고 쓴 하이커도 적어도 한 명 있습니다.
능선 전망을 기대하며 삼나무 조림지 속을 걷는 것은 17%에 들게 되는 경우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 리뷰어는 자신이 본 어떤 보고서나 안내 책자도 이 점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썼습니다. 같은 길을 순례로 걸으면 지친 다리도, 오르막 끝의 신사도 순례의 일부가 됩니다. 앞에서 본, 구마노 혼구 다이샤까지 걸어서 다다른 일본인 하이커들이 그렇게 적었습니다. 이 길을 좋아하게 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가운데 많은 이가 같은 숲을 걸었고, 둘을 가른 것은 저마다 이 걷기에서 무엇을 바랐느냐였습니다.
짧은 여행에서 어떤 명소에 시간을 내줄지 아직 고민 중이라면 일본 여행에서 정말 중요한 것부터 읽어 보세요. 고야산이나 교토를 넣어 간사이 여행의 남은 일정을 짤 때도, 일정표를 채우기 전에 먼저 읽어 두면 도움이 됩니다.
출처
-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기이 산지의 영장과 참배길: 2004년 등재, 등재 당시 참배길 약 307km와 506.4ha, 1,200년 넘게 이어진 신성한 산의 전통, 유산 일대 전체에 연간 최대 1,500만 명 방문.
- The Japan Times: 유네스코, 구마노 고도 참배길 40km를 세계유산에 추가: 2016년 10월 25일 기사. 2016년 약 40km 추가 등재(대부분 와카야마현), 미에현·와카야마현·나라현에 걸친 등재 총연장 347.7km.
-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위리쿠타로 가는 성지를 잇는 위샤리카 순례길: 2025년 등재, 멕시코 중북부 500km 이상에 걸친 성지 20곳을 잇는 길, 위샤리카 사람들이 해마다 걷는 순례.
- 다나베시 구마노 투어리즘 뷰로: 듀얼 필그림: 2015년 2월 1일 시작, 구마노 고도의 자격 방법 다섯 가지(다키지리오지
구마노 혼구 다이샤 약 38km, 홋신몬오지구마노 혼구 다이샤 약 7km와 구마노 산잔의 나머지 신사 참배 등), 산티아고 순례길과 구마노 고도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단 두 개의 순례길이자 ‘자매’ 순례길로 소개. - 다나베시 구마노 투어리즘 뷰로: 다이몬자카: 길이 약 600m, 돌계단 267단의 비탈길, 수백 년 된 삼나무, 구마노 나치 다이샤·세이간토지·나치 폭포로 오르는 길.
- 다나베시 구마노 투어리즘 뷰로: 구마노 혼구 다이샤: 1889년 큰 홍수 전까지 구마노강과 오토나시강이 만나는 모래톱 오유노하라에 있었던 신사, 오유노하라 입구의 거대한 도리이 높이 33.9m.
- KUMANO TRAVEL: KUMANO TRAVEL 소개: 이 지역의 공식 공동 예약 시스템, 방문객과 지역의 숙소·서비스를 잇도록 다나베시 구마노 투어리즘 뷰로가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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